나의 베트남

정인태 작가의 "나의 베트남" - 협박의 귀재들

정인태 2020. 12. 5. 13:36

정인태 - 국립한국복지대학교 특임교수

 

* 협박의 귀재들

 

 

한국에서 교육공무원이었고 대학교에서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왔다. 그래서 항상 거의 점잖게 살아왔던 것 같다. 그런데 베트남에 와서 협박을 많이 받았다.

한국으로 추방시키겠다.”, “나는 권력이 있다.”, “마피아를 보내겠다.”, “파산시키겠다.”, “변호사를 준비했다, 처벌하기 위해.”, “경찰에 신고했다.”, “죽이겠다.”, “비자를 자르겠다.”, “부모님에게 위해를 가하겠다.”, “가족들 욕.” 등등.

처음엔 아주 친절했던 사람들, 제자들, 오랫동안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이 돈 앞에서 갑자기 돌변하여 협박을 했다. 어떤 한국인은 베트남 여자를 이용해서 필자에게 함정을 파놓고 그 함정에 걸리지 않으니 협박을 이어오곤 했다. 처음엔 너무 상처를 받았고 마음이 아파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어떻게 14년 동안 친하게 지냈던 사람이 갑자기 돌변하여 돈을 위해 협박을 하는가? 제자들이 어떻게 선생한테 돈을 요구하며 협박하는가? 한국 유학을 가겠다며 양 같았던 학생들이 돈 앞에서 돌변하여 경찰에 신고했다면서 지금 환불해 달라고 협박을 할까?”. 절차에 따라서 학비 환불을 받으면 될 텐데. 급하게 돈을 달라며 고향에 빨리 가야 한다며 협박을 할 때는 희망까지도 버리게 될 때가 많았다.

이제는 너무 많이 겪다 보니 적응이 된 듯하다. 지점장들의 협박, 직원들의 협박, 제자들의 협박, 지인들의 협박. “참 협박이 많은 곳이구나.”하고 생각하게 됐다. 함께 일하는 한 임원은 자주 겪어서 그런지 웃으면서 대처한다. 어느덧 나도 그렇게 된 것 같다. 한국에는 행정 절차가 있다. 베트남에서 행정 절차를 알려 주고 그 절차를 따라야 함을 미리 잘 지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처음에 친절한 사람들보다는 무뚝뚝하지만 점점 믿게 되는 사람들이 진짜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요즘엔 처음부터 친절한 사람들은 자연스레 거리를 두게 된다.

선생으로서 힘든 것은 학생들이 언제 협박할지 모른다는 불신이다. 선생과 학생은 믿음이 바탕이 돼야 교육이 된다. 교육대학교를 졸업한 나는 교육 철학에 관심이 많았다. 단지 한국어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인성과 철학을 가르치고 싶은 게 교육적 욕심이다. 하지만 교육비라는 것이 걸려 있다 보니 이런 상황을 겪는 듯하다.

대화로 소통으로 신뢰로 이런 행태들이 변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돈보다 소중한 것이 사람과의 소중한 관계임을 알게 해 주고 싶다. 14년 동안 친형제처럼 지냈던 사람, 결혼식 혼주로 설만큼 소중하게 생각했던 사람이 돈 때문에 돌변하여 협박하고 사기를 칠 때는 감수성이 예민한 나로서는 정말 견디기 힘들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