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태 작가의 "나의 베트남" - 유치원생이 사업하는 거와 똑같아요
정인태 - 국립한국복지대학교 특임교수
* 유치원생이 사업하는 거와 똑같아요.
나는 베트남에 14년을 오갔다. 내가 베트남에 여행 왔을 때 베트남 사람들은 천사였다. 내가 베트남에 특강을 왔을 때 나는 영웅이었다. 내가 베트남에 법인을 설립하고자 했을 때 나는 인기스타였다. 내가 베트남에 법인을 설립한 후에 나는 먹잇감이 되었다.
나는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공부했지만 난 유치원생이 되고 말았다. 은행에 갔을 때는 위험하기 짝이 없었다. 두 직원이 부부였는데 두 사람이 사인하면 돈을 뺄 수 있게끔 은행에 서류를 제출했다. 나중에 알고 나서 정말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한국의 은행에서는 반드시 법인 대표 이사의 결제가 있어야 할진대 베트남은 달랐다. 그리고 그렇게 한 두 사람이 정말 사람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베트남에서 직원의 수억 원 횡령 사건이 있었을 때 베트남 경찰서에 방문했었다. 여기서도 역시 나는 유치원생만도 못했다. 통역사와 번역사를 데리고 오라는 베트남 경찰의 말이 얼마나 야속하던지. 한국에서는 그래도 통역사들을 지원해 준다. 이처럼 홀로서기가 아주 힘든 곳이다.
직원들이 결재 서류를 올릴 때, 수입 지출 목록을 작성할 때, 행정 서류들을 작성해야 할 때 모두 나는 어린애에 불가했다.
베트남 경험이 14년이었던 나도 속수무책으로 당해야만 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베트남에 진출하려고 한다. 나는 말리고 싶다. 정말 어떻게든 말리고 싶다. 해외 사업이 당연히 힘들겠지만 속이는 분위기가 많다면 어떨까?
비리가 많은 곳이라는 것은 익히 들어서 알았다. 하지만 베트남에 법인을 설립하고 겪는 고통과 억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내가 믿었던 직원은 수입은 장부에 적지 않고 횡령했고 지출은 내가 모르니 몇 배로 불려 놨다. 지사들도 마찬가지였다. 한 지사에서는 6억 동(약 3천만 원)을 장부에 기록하지 않았고 본사에서는 증거로 확보된 것만 거의 20억 동(약 1억 원) 그리고 그 외에 거짓 계약서 등등을 확인할 수 있다면 예측으로 6억 원 정도가 횡령 등으로 부당이익을 취했다.
중국에서 많은 한국인들이 사업하다가 당해서 쫄딱 망해서 한국으로 도망치다시피 해서 온 사람들 얘기를 많이 들었다. 정말 그럴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직원들, 지사들, 교사들, 학생들이 연합해 횡령을 저지를 때는 엄습해 오는 고독감과 절망감에 숨을 쉴 수 없을 정도까지 갈 때도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베트남에 진출하고자 한다면 우선 베트남어를 공부하고 시간을 길게 잡고 베트남에서 먼저 살아 보라고 권하고 싶다. 2년 3년 정도면 좋겠다. 그 이후에 법인을 설립하든 사업을 하면 좋겠다. 베트남에 1년 정도 살아 보면 베트남에 대해서 기초를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2년 3년이 지나면서 베트남어도 잘하게 될 것이고 베트남 사람들과 주변 사람들에 대해서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며 좋은 한국인들과도 연대하여 어려움을 대처해 나갈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사업은 천천히 작은 사업부터 해 나가면 좋을 듯싶다. 한국도 그렇지만 나쁜 변호사들이 여기에도 있다. 그리고 그들이 직원들과 연합하여 횡령을 시도한다면 한국인들이 이겨낼 재간이 없다.
나는 베트남 한인회장의 꿈을 가지고 있다. 한국 중소기업이 90% 망하고 돌아간다는 소식, 정말 열심히 했는데 자신이 왜 파산했는지 모른다는 한 한국인 사장의 슬픈 얘기, 식당에 손님이 많았는데 식자재 등에서 계속 부풀리기 지출이 있어 결국 문을 닫았다는 식당 주인의 얘기 등이 모두 남 얘기처럼 들리지 않았다.
한국인들과 베트남인들이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발전해 갔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으로 나는 이 책을 쓰고 있는 것이다. 책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많은 한국인들이 베트남 진출을 시도하고 있고 꿈꾸고 있고 진행하고 있다. 나는 한국인을 위한 베트남어 교실을 통해 한국인들이 바르게 베트남에 정착할 수 있게 돕고 싶다. 한국인들과 베트남들이 진실어린 협력을 한다면 진정 가능성이 곳이다. 그 가능성을 나누며 함께 만들어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다.